서울그린트러스트의 비밀정원, 도시 생물다양성을 위한 특별한 정원 프로젝트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조성한 ‘비밀정원(Bee-meal Garden)’은 꿀벌과 나비 등 수분매개자를 위한 생태정원이다. 기후위기 시대, 도시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실천을 소개한다.

 

비밀정원(Bee-meal Garden), 꿀벌을 위한 도시 속 작은 생태계

도시의 콘크리트 틈 사이, 생명을 부르는 정원이 숨어 있다. 바로 '비밀정원(Bee-meal Garden)'이다.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주도하는 이 정원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작은 공간에 수분매개자를 위한 생명의 밥상을 차린다. 기후위기 시대, 곤충과 도시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아름다운 실천을 소개한다.

 

비밀정원, 왜 시작되었을까?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수많은 곤충들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꿀벌, 나비, 벌새 등 식물의 수분을 돕는 수분매개자(pollinator)들은 도시 생태계의 중요한 퍼즐 조각이다.

서울그린트러스트는 2024년, 도시의 생물다양성 보전과 증진을 위한 프로젝트로 ‘비밀정원(Bee-meal Garden)’을 시작했다.
이 정원은 도시 곳곳에 수분매개자를 위한 먹이식물과 서식지를 조성해 작은 생태계를 복원한다.
“비밀(Bee-meal), 하실래요?” 라는 말은 단순한 초대가 아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을 위한 생태적 실천이다.

☆ 관련 링크 : 비밀정원 프로젝트 소개

 

 

수분매개자란 누구일까?

수분(pollination)은 꽃가루가 수술에서 암술로 옮겨지며 번식이 이루어지는 자연의 협력 과정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생물이 바로 ‘수분매개자’다.
흔히 알려진 꿀벌 외에도 나비, 파리, 새, 박쥐까지 약 20만 종 이상의 동물이 수분에 관여한다.
이들은 전 세계 식물의 약 75~95%의 번식을 돕고, 우리가 먹는 음식 3입 중 1입은 이들의 덕분이다.

 

 

비밀정원 속 Bee-meal 식물들

비밀정원에는 수백 종의 수분매개자 친화 식물이 심어진다. 단순히 예쁜 꽃이 아닌, 개화 시기, 향기, 구조까지 고려한 생물다양성 중심 식물 조합이다.

 

대표 식물 리스트 요약 (PDF 참조)

식물명	특징	개화 시기	수분매개자 유인력
자주천인국 (에키네시아)	진한 보라색, 관상용/약용	여름~가을	꿀벌, 나비
살비아 네모로사	강한 향, 숙근식물	초여름~가을	벌, 나비
베르가못 (Monarda didyma)	오렌지 향, 허브	여름	꿀벌, 벌새
층꽃나무	층을 이루는 꽃차례	여름	꿀벌, 나비
백리향	강한 향, 지피식물	여름	벌, 곤충
꽃향유	가을 대표 밀원식물	9~10월	꿀벌
큰꿩의비름	붉은 자주색 꽃, 다년생	8~9월	나비, 벌

※ 전체 식물 목록은 비밀 Bee-meal 메뉴판 PDF에서 확인 가능

 

 

비밀정원이 심어지는 곳은?

비밀정원은 서울어린이대공원을 시작으로, 햇빛이 잘 들고 다양한 미세서식지가 연결될 수 있는 곳에 조성된다.
꽃의 크기와 형태, 개화 시기가 다양한 식물을 그룹으로 심어 사계절 내내 수분매개자에게 먹이와 안식처를 제공한다.
또한, 둥지용 나무, 벌 호텔, 은신처가 될 풀숲도 함께 설계된다.

 

 

서울그린트러스트란?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시민과 함께 도시숲을 가꾸고, 도시의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활동을 해온 비영리 단체다.
대표 프로젝트로는 ▲서울숲 운영 ▲공원입양제 ▲시민정원사 교육 ▲정원도서관 등이 있으며,
이번 비밀정원 프로젝트는 도시 내 곤충-식물-사람의 공존을 위한 새로운 시도다.

※ 단체 소개 : 서울그린트러스트 공식 홈페이지

서울그린트러스트 소개

 

 

비밀정원을 만드는 방법 – 도시에 생명을 심는 작은 실천

비밀정원(Bee-meal Garden)은 단순한 조경 공간이 아니다. 도심 속 생명을 위한 배려, 생태계의 숨결을 되살리는 첫걸음이다. 정원을 조성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도시의 자연성과 생물다양성을 회복하는 중요한 기점이 되며, 그 시작은 아주 작은 손짓에서 비롯된다.

 

정원 준비 – 비워내기에서 시작한다

먼저 정원을 조성할 공간을 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드나들며, 주변과 연결된 미세한 생태 흐름이 존재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정원 조성 전, 땅에 쌓인 쓰레기나 큰 돌멩이 등을 제거하되, 마른 낙엽이나 죽은 가지는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이것들은 곤충들에게 훌륭한 은신처이자 유기물 분해를 돕는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즉, 비밀정원은 완벽히 정돈된 정원이 아닌, 야생성이 숨 쉬는 생태적 공간이어야 한다.

 

식물 배치 – 조화로운 군락을 디자인한다

다양한 수분매개자들은 서로 다른 꽃의 색상, 모양, 향기, 개화 시기에 따라 반응한다. 그러므로 단일 품종보다는 서로 다른 계절과 특징을 지닌 식물들을 군락 형식으로 그룹화하여 배치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예를 들어, 봄에는 백리향, 여름에는 에키네시아, 가을에는 꽃향유 등 사계절 내내 수분원이 끊기지 않도록 고려해야 한다. 이는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핵심 전략이다.

 

식재 과정 – 식물의 뿌리와 얼굴을 살핀다

포트 화분에서 식물을 꺼낼 때는 식물의 줄기를 잡지 말고, 화분을 눌러 자연스럽게 분리해야 한다. 뿌리가 뭉쳐 있으면 부드럽게 풀어주고, 뿌리 크기의 1.5~2배 정도 구덩이를 파서 식물을 안정적으로 심는다. 줄기 밑부분이 지면과 일직선이 되도록 하고, 주변 흙을 손이나 도구로 눌러 단단히 고정한다. 이때 식물의 "얼굴"(잎의 방향, 생장 방향)을 고려한 위치 선정도 중요하다. 이는 곤충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속적 관리 – 생명을 기억하며 함께 성장한다

식재 이후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한 관찰과 배려다. 물 주기는 식물별 특성을 고려해 과습을 피하고, 이름표를 꽂아 어떤 식물이 어디 있는지 기록한다.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정원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주며, 그만큼 더 애착을 갖고 돌보게 된다.
또한, 곤충을 위한 작은 호텔(벌집형 구조물), 부엽토가 있는 그늘진 공간, 죽은 나뭇가지 무더기는 수분매개자에게 서식지를 제공한다. 이 작은 정원은 하나의 자급자족 생태계로 진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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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시 정원’에서 수분매개자를 위한 정원이 중요할까?

도시는 보통 생명과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로, 인공 구조물로 채워진 공간 속에서 자연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도시에 바로 ‘정원’이 필요하다. 도시 정원은 단순한 경관 장치가 아니라, 생명의 거점이자 생물다양성의 보루다.

 

수분매개자, 도시 생태계를 지탱하는 숨은 주역

꿀벌, 나비, 벌새 같은 수분매개자는 단순히 꽃가루를 옮기는 생물이 아니다. 그들은 지구 식물의 약 75~95%의 번식을 가능하게 하고, 농작물의 수확률을 높이며,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지탱한다. 우리가 먹는 과일, 채소, 견과류 대부분은 이들의 헌신으로 얻어진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도심의 아스팔트, 농약 사용, 기후변화로 인한 생장시기 변화는 이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도시 정원은 이들에게 먹이와 안식처를 제공함으로써 사라지는 생태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역할을 한다.

 

도시가 곧 서식지다

많은 사람들이 곤충은 숲이나 시골에서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도시도 곤충에게 충분히 중요한 서식지가 될 수 있다. 오히려 도시의 구석진 곳, 공원, 옥상, 심지어 베란다 화분 하나조차도 수분매개자에게는 생명을 이어갈 공간이 된다.
도시정원이 중요한 이유는, 도시민들이 직접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참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생태적 감수성을 길러줄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생명 존중과 자연과의 공존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교육 기회가 된다.

 

생물다양성과 식량안보,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수분매개자 보호는 곧 식량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과수농가, 텃밭, 도시농업 모두 수분을 필요로 하는 작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도심 내의 수분매개자 밀도 유지가 필수적이다.
또한, 정원 식물은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토양 침식을 막으며, 주변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도시 열섬 현상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이는 곧 기후위기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도 기능한다.

 

함께 만드는 공동체 정원

마지막으로, 도시정원은 공동체를 연결하는 힘을 가진다. 이웃들과 함께 꽃을 심고, 곤충을 관찰하고, 변화를 기록하는 일은 단순한 환경보호를 넘어 도시에서의 관계 형성과 돌봄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즉, 수분매개자를 위한 정원은 인간 중심 도시에서 생명 중심 도시로 전환하는 상징적 실천이다.

 

당신의 손으로 만드는 변화, ‘비밀정원 하실래요?’

식물 몇 포기만으로도 꿀벌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
도시 속 비밀정원은 더 이상 ‘숨겨진 정원’이 아니다.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 우리의 정원이 도시의 생명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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