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andscape Design and Trends

생태관광지의 비밀, 경관을 해석하는 조경가의 손길

by 산이사니 2025. 5. 16.
반응형

생태관광지의 미래, 조경이 만든다! 순천만, 우포늪, 곶자왈 등 국내 생태관광지 사례를 통해 본 조경의 역할과 설계 전략. 생태복원, 탐방동선, 환경교육, 지역 연계까지 지속가능한 여행지를 위한 조경의 힘을 알아보세요.

 

생태관광지 조성, 조경이 만드는 지속가능한 여행지의 미래

 

1. 들어가며 – '관광'과 '보전'은 공존할 수 있는가?

 

과거의 관광은 풍경을 소비하고 공간을 잠깐 지나치는 활동이었다. 하지만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감소, 탄소중립 요구가 대두되면서 이제 관광의 정의도 달라지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며 지역의 생태를 보존하는 '생태관광(ecotourism)'은 현대 관광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조경'이 있다.

조경은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생태계를 보존하고 사람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특히 생태관광지에서는 조경이 마스터플랜 수립, 생태복원, 탐방로 설계, 경관 해석, 교육 프로그램 연계 등 모든 단계에 개입하며 지속가능한 이용을 이끈다.

생태관광지의 비밀

 

2. 생태관광이란 무엇인가?

 

생태관광은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동시에 방문객에게 교육적 경험과 지역 공동체에 이익을 제공하는 관광 형태를 말한다. 국제생태관광학회(TIES)는 생태관광을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지역사회에 이익을 주고, 환경교육을 제공하는 책임 있는 여행”이라고 정의한다.

조경은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 자연환경 훼손 최소화를 위한 공간 설계
  • 지역 생태계 보전과 서식처 복원
  • 해설 콘텐츠와 공간 해석 디자인
  • 지속가능한 자재 및 관리 시스템 설계
 

3. 조경이 주도하는 생태관광지 설계 요소

 

생태복원 기반 공간계획

  • 훼손된 산림, 하천, 습지 등을 복원하면서 이용자 수용 가능 범위(Carrying Capacity)를 고려한 공간 구성
  • 예 : 태안 해안국립공원 내 탐방로 재조성 사업은 유입 인원을 분산하고, 퇴화된 식생을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동선 및 탐방체계 설계

  • 무분별한 입산 방지, 민감지역 보호를 위한 보행 유도
  • 목재데크, 고가 데크길, 생태 계단 등으로 동선 집중 유도 및 경관해석 제공

지역성과 환경교육의 접목

  • 지역 주민 참여형 해설 콘텐츠 구성
  • 로컬 생태자원 기반의 테마 해설정원, 체험형 식물원 설계

친환경 자재 및 유지관리

  • 로컬 목재, 투수 포장, 생태벽체 등 저영향개발(LID) 기법 도입
  • 유지관리 자동화 및 지역 인력 활용 기반의 지속가능 운영 모델 도입
 

4. 실제 사례 분석

 

순천만 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

  • 순천만국가정원은 습지보호를 위한 완충지 개념에서 출발했다. 조경설계를 통해 관광객은 정원에서 감상과 휴식을, 습지에서는 생태학습을 하며 분리된 두 공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경험한다.
  • 순천만습지는 철새도래지 보호를 위한 '탐방 허용구역 제한', 저지대 고가데크 설치, 철새 관측대 등 세심한 동선 설계를 통해 생태보전을 실현했다.

전라남도 순천시에 위치한 순천만 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는 생태관광지와 조경이 융합된 대표 사례이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조성된 국가정원은 인위적 개발을 통해 습지 훼손이 가속화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완충녹지' 개념에서 시작됐다. 조경은 정원의 공간을 단순한 식물 전시가 아닌, 생태해설, 휴식, 교육이 가능한 통합적인 체험 공간으로 설계하였다.

정원의 주요 구성요소에는 세계정원 테마존, 수생식물 정원, 야생화 정원, 물길 정원 등이 있으며, 각각의 구역은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고려한 동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습지 구간은 조류 서식지 보호를 위해 탐방로 접근을 제한하고, 고가 데크, 철새 관측소, 대형 투시 해설판 등을 통해 비접촉형 체험을 유도하고 있다. 조경가는 이 과정에서 서식지 안정성, 탐방자 수용능력, 습지경관 해석을 정밀 분석해 조경계획에 반영하였다.

이 사업은 생태관광과 정원관광의 융합 모델로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생태관광지'와 국토교통부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되었고, 순천은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데 있어 조경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우포늪 생태관광지 (경남 창녕)

  • 국내 최대 자연 내륙 습지로서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지
  • 조경가는 목재 데크로드, 조류 관찰대, 생태학습관 주변 조경식재를 통해 자연의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방문객의 이해를 높이는 공간을 구성

경상남도 창녕군에 위치한 우포늪은 대한민국 최대의 자연 내륙 습지로, 약 2,310만 ㎡의 면적을 자랑한다. 환경부는 이곳을 '국가 생태관광 거점'으로 지정하였으며, 조경을 중심으로 한 생태관광지 정비가 진행되었다.

조경 설계는 크게 '탐방동선 정비', '교육 공간 확충', '습지보전 시설 설치'의 세 축으로 이뤄졌다. 우선 진입로와 데크로드를 목재 고가 데크 형태로 재조성하여, 토양 침식을 막고 탐방객의 발길을 통제하였다. 습지 가장자리에는 조류 관찰대와 간이 쉼터를 배치하였고, 조류 비행 경로를 고려한 사선 배치 및 바람 통로를 유지하여 조경식재가 서식 환경을 침해하지 않도록 설계하였다.

우포늪생태관, 주변 습지연결길, 체험형 수질정화 정원은 생태학습과 지역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조경가는 이 모든 기능적, 교육적, 경관적 요소들을 통합 설계하였다.

 

 

제주 곶자왈과 숲길 조성사업

  • 곶자왈은 제주 고유의 용암지형 숲으로 다양한 희귀 식물의 서식지
  • 조경 설계는 지형 훼손을 최소화한 데크길, 암반 보호 구조, 이끼 생태보전장치 등으로 구성되어 관광과 보전이 균형을 이루게 함

곶자왈은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화산암 지형으로, 다층구조의 식생과 희귀식물의 서식처가 공존하는 독특한 생태계다. 하지만 한때 방치되었던 이 공간은 제주도청과 조경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생태관광지로 탈바꿈하였다.

조경 설계의 가장 큰 특징은 '비가시화 접근'이었다. 탐방로는 최대한 기존 동선을 활용해 암반 훼손을 줄이고, 데크는 지반에 닿지 않도록 고가형으로 설계되었다. 탐방객이 직접 땅을 밟지 않도록 유도하면서도, 경관적 감성을 높이기 위해 나무 난간, 그늘 식재, 개방형 쉼터가 체계적으로 설치되었다.

또한 이끼류 및 착생식물 보존을 위해 습도 유지 설계, 음지식물 중심의 식생유도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지역 해설사와 연계한 생태해설정원이 계절별로 운영된다. 곶자왈은 제주관광의 생태축으로 자리잡았으며, '환경 훼손 없는 생태경관 조경'의 롤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인제 대암산 용늪 탐방지

  • 고산 습지 보호를 위한 제한적 탐방제 운영
  • 조경가는 고산지대 식생 보호를 위한 목책길, 휴식 쉼터, 탐방자 해설공간을 자연 경관과 조화롭게 구성함

강원도 인제군과 양구군 경계에 위치한 대암산 용늪은 해발 1,280m 고산지대에 형성된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이다. 생물다양성이 높아 1997년 람사르협약 등록 습지로 지정되었고, 생태 보존을 위해 제한적 탐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조경은 일반인 접근이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도 '탐방해설 중심 경관조성'이라는 방식으로 개입하였다. 진입로에는 차단형 안내사인과 덱길 분기 구조가 설치되었고, 탐방허가를 받은 그룹만이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대피소, 고산식물 보호구역, 탐방대기쉼터는 모두 주변 식생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구조물의 높이나 재료 선택은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절되었다.

야생동물 이동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저조도 조명계획과 구조물 최소화를 원칙으로 하였으며, 연중 계절별 식생모니터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조경 유지·관리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대암산 용늪은 조경이 생태 보전과 탐방 경험을 동시에 조화시킨 대표 사례다.- 고산 습지 보호를 위한 제한적 탐방제 운영

 

5.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조경 전략

 

  • 탄소중립 고려 설계 : 조경 식재의 탄소 흡수량을 고려하여 공간을 구성하고, 지역 수종 및 장기 생육 가능한 식재군을 도입함으로써 탄소중립 목표에 기여한다. 또한, 태양광 조명, 투수 포장, 빗물저류조 등 친환경 기술과 결합한 조경 설계가 중요하다.
  • 야생생물 보호 : 야간조명은 동물의 생체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조도, 방향, 사용시간을 조절한 설계가 필요하다. 수로·습지 조성 시 생물 이동 통로와 서식처가 단절되지 않도록 생태통로, 완충식생대 등을 조성한다.
  • 지속가능한 프로그램 기획 : 단발성 체험보다 계절별 생태 모니터링, 정기 해설 프로그램 등 장기적인 교육 콘텐츠를 조성하고, 지역 생물종 기반의 시민참여 프로그램과 자연보전 캠페인을 병행한다. 이를 통해 탐방자도 생태계의 일부가 되는 체험을 유도한다.
  • 지역경제 연계 : 생태관광은 지역과 단절된 자연 감상이 아니라, 공동체가 생태계를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을 함께 경험하는 여행이다. 이를 위해 지역 특산 식물을 테마정원에 활용하고, 해설사·가이드 등 주민 고용 모델을 확산하며, 농산물 판매·가공 체험과 연계한 ‘로컬정원 플랫폼’을 조성한다.
  • 장기 유지관리 체계 구축 : 조경은 완공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정원 및 탐방로는 자생식물 위주로 계획하여 장기 유지관리를 최소화하고, 민·관·지역이 참여하는 공동 유지관리 체계를 운영한다. LID기법, 자동 관수, 기후적응형 식생계획 등도 지속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다.
  • 디지털 기반 관리 접목 : 드론·센서 기반 식생 모니터링, 이용자 동선 분석, 해설 앱 연계 등의 ICT 기술을 조경 유지관리와 연계함으로써 데이터 기반의 운영이 가능하다. 이는 효율성과 생태적 감수성을 동시에 향상시킨다. 조경 식재의 탄소 흡수량 고려한 공간구성
  • 야생생물 보호 : 야간조명 제한, 수로 생물 보호구역 분리 등
  • 지속가능한 프로그램 기획 : 생태해설가 연계 프로그램, 계절별 모니터링 탐방 운영
  • 지역경제 연계 : 지역 특산 식물 활용, 주민 해설사 고용, 지역 농산물 소비형 정원 등
 

6. 조경이 만드는 미래 생태관광의 모습

 

앞으로의 관광은 환경을 지키지 않고는 존속할 수 없다. 생태관광지 조성에서 조경은 단지 '장식'이 아니라 '핵심 기능'으로 작동한다. 조경은 지역의 자연성과 문화를 읽고, 그것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사람과 연결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기후위기 시대, 조경은 지속가능한 여행지의 설계자이자,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설계자다.

 

 

 

도민 쉼터+에너지 자립공원, 경기정원으로 보는 미래 조경 트렌드

경기도가 경기융합타운의 마지막 퍼즐인 경기정원 조성공사를 착공했다. 잔디광장, 평화연못, 어린이놀이터 등 다양한 휴게공간과 함께, RE100을 적용한 친환경 정원이 2026년 상반기 개방을 목표

sanisanee.co.kr

 

 

군과 생태의 만남, 육군사관학교에 자연친화 생태공간 들어선다

국립생태원과 육군사관학교가 체결한 자연친화 생태공간 조성 업무협약의 주요 내용과 그 의미를 살펴본다. 생태교육, 자연복원, 교육 프로그램, 공간 조성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시민에

sanisanee.co.k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