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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scape Design and Trends

사톨로그와 연선마루고토호텔의 로컬 리디자인 전략

by 산이사니 202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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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쿠타마 지역의 철도 마을을 통째로 호텔로 재해석한 ‘연선마루고토호텔’과 거점 공간 ‘사톨로그’ 프로젝트를 통해 본 디자인의 새로운 역할. 지역성과 순환, 관계 경제를 설계한 사례를 분석하고 한국형 로컬 리디자인 전략까지 제시합니다.

 

디자인 이후의 디자인 : 지역성과 순환을 설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 사톨로그 프로젝트와 ‘연선마루고토호텔’이 말하는 관계의 공간

 

메타디자인 시대의 도래, 이제 질문은 “무엇을 디자인할 것인가?”가 아니다

“디자인은 이제 하나의 공간을 꾸미는 기술이 아니라, 지역의 삶을 새롭게 엮어내는 메타적 행위다.”

2025년 5월, 일본 도쿄 서부 오쿠타마 지역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문을 열었다. 이름하여 ‘연선마루고토호텔’(沿線まるごとホテル).
이 프로젝트는 JR 오메선의 작은 무인역 하토노수역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디자인을 통해 지역성과 순환 구조를 통합 설계한 시스템 기반 지역 재생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사톨로그와 연선마루고토호텔의 로컬 리디자인 전략

 

지금 디자인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2025년 5월, 일본 도쿄 서부의 깊은 산중에 위치한 조용한 마을 오쿠타마(奥多摩). 이곳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는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연선마루고토호텔(沿線まるごとホテル)’ 프로젝트는 기존 관광 개발 방식이나 도시재생 프로젝트와는 전혀 다른 접근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디자인은 더 이상 특정 공간을 예쁘게 꾸미는 작업이 아니다. 디자인은 지역의 관계망, 시간의 층위, 공간의 기억을 엮어 ‘살아 있는 구조’를 만드는 전략적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JR 동일본여객철도(東日本旅客鉄道)와 지역 재생 전략 기업 사토유메주식회사(さとゆめ)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연선마루고토주식회사’가 있다.
이들이 펼치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관광 시설 조성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전례 없는 시도라 할 수 있다.

 

프로젝트 개요 : 철도에서 시작된 지역 리디자인 실험

  • 프로젝트명 : 연선마루고토호텔
  • 핵심 파트너 : 동일본여객철도(JR East) × 사토유메주식회사
  • 운영법인 : 연선마루고토주식회사(沿線まるごと株式会社)
  • 핵심시설 : 사톨로그(Satologue) 숙박동
  • 위치 : JR 오메선(JR青梅線) 하토노수역 중심, 오쿠타마 지역
  • 특징 : 철도 인프라 + 낙후된 주거지 + 지역 자원을 엮어 ‘하나의 호텔’로 재조립
  • 첫 시설 오픈일 : 2025년 5월 25일 (사톨로그 숙박동 개관)

이 프로젝트는 과거 철도 종점 마을로 점차 공동화되어 가던 오쿠타마를 대상으로 하여, 기존 철도 인프라와 방치된 지역 자원을 통합 설계해 새로운 체류형 관광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주거, 식사, 체험, 휴식, 이동을 각각 다른 마을 자산에서 수행하게 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마을 전체를 호텔의 부대시설처럼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존 공간을 다시 엮는 방식

  • 폐가 → 숙소로 재탄생
  • 창고 → 사우나 및 체험 공간으로 전환
  • 논밭과 자가 농원 → 가스트로노미 콘텐츠로 활용
  • 마을 전체 → '체류 기반의 관계 경제 모델'로 운영

 

핵심 공간 : ‘사톨로그(Satologue)’라는 감각적 거점

‘사톨로그’는 프로젝트의 핵심 허브 공간이자 철학의 집약체다.
브랜드명은 ‘마을’을 뜻하는 일본어 사토(里)와, 대화를 의미하는 로그(logue)의 합성어로,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니라 마을의 기억과 문화, 인간관계를 저장하고 교류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건축적 특징

  • 누에고치형 천장 구조 : 아늑함과 안정감을 유도
  • 임계 공간의 활용 : 테라스를 활용해 내부·외부 경계를 흐리는 감각 설계
  • 기존 구조물 재활용 : 폐가, 농가, 창고 등 기존 자산에 최소한의 개입으로 새 숨결 부여

이 건축은 단순한 외관의 아름다움보다, 사람의 감각을 열고, 자연과 공명하게 하며, 지역의 기억과 연결되도록 설계되었다.

사톨로그와 연선마루고토호텔의 로컬 리디자인 전략
기존 구조물의 재활용 공간

 

‘디자인’은 이제 관계와 순환을 설계하는 기술이다

디자인의 재정의 : 장식에서 메타시스템 설계로

기존의 디자인이 개별 공간의 미화사용자 경험 강화에 집중했다면, 연선마루고토호텔은 지역 전체의 관계 구조를 엮어낸다.

  • 디자인의 스코프
    → 공간 → 마을 → 커뮤니티 → 사회적 시스템
  • 핵심 키워드
    → 순환성, 관계성, 체류성, 지속가능성

‘있는 것을 살리다’ : 존재하던 것의 가치 재발견

건축가 호리베 야스시의 철학이 프로젝트 전반에 반영되었다.
그는 세토내해의 이동식 호텔 ‘군투(guntû)’에서도 보여주었듯, 새로운 건축이 아닌 기존 맥락의 재해석을 통해 장소성을 살리는 접근을 택한다.

“있는 것을 살리다(あるものを活かす)”
– 폐허 같은 창고도, 사라져 가던 농가도, 지역 특산물도… 다만 시선과 관점의 문제.

사톨로그와 연선마루고토호텔의 로컬 리디자인 전략
사톨로그 호텔 리셉션

 

관계경제와 순환경제의 디자인화

‘소비’에서 ‘참여’로의 전환

연선마루고토호텔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방문자를 소비자가 아닌 ‘일시적 마을 주민’으로 참여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접 장작을 패서 사우나를 데우고, 자가농원에서 수확한 채소로 식사를 준비하거나, 지역 주민과 함께 마을행사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방문자는 마을의 리듬에 녹아들게 된다.

이러한 ‘관계적 체류’는 기존 관광 소비와 전혀 다른 체험을 제공하며, 이 자체가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로 작동하게 된다.

 

연선 가스트로노미 : 폐쇄형 순환 루프

레스토랑에서는 지역 자가 농장 및 인근 농가의 식재료를 사용하며,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 자가 재배로 이어지는 ‘지역 내 폐쇄 루프’를 구축하고 있다.
단순한 현지 음식 제공이 아닌 생산–소비–폐기–재생의 생태 디자인 구조를 실현한 셈이다.

사톨로그와 연선마루고토호텔의 로컬 리디자인 전략

 

매개체로서의 디자인 : 패스포트와 커뮤니케이션

연선마루고토 패스포트(沿線まるごとパスポート)

이 패스포트는 쿠폰북 이상의 기능을 한다.
디자인된 종이 한 장에 지역의 이야기, 사람, 장소, 감정이 녹아 있다. 관광객은 패스포트를 통해 지역 내 여러 시설을 탐색하고 스탬프를 찍으며, 일방적 관광자가 아닌 ‘서사의 일부’로 스며들게 된다.

디자인은 여기서도 ‘정보 전달’이 아닌 정체성 설계와 참여 유도 도구로서 작동한다.

 

지역 전체가 호텔이 되는 공간 확장 전략

이 프로젝트에서 호텔은 벽과 문으로 둘러싸인 하나의 건물 개념이 아니다.
전동 자전거, 툭툭(경량 모빌리티) 등의 이동수단과 함께 마을 전체가 객실이자 로비, 정원, 레스토랑, 테라피룸이 된다.

  • 침실 : 폐가 개조 숙소
  • 스파 : 개조 창고 사우나
  • 레스토랑 : 지역 농가 기반 식당
  • 로비 : 사톨로그 커뮤니티 거점
  • 투어 : 전동 자전거·툭툭을 통한 순환 동선

이런 구조는 물리적 경계를 해체하고, 관광을 ‘생활의 일부’로 편입시킨다.

 

협력의 구조 : 하이브리드 거버넌스 실험

이 프로젝트는 5년에 걸쳐 다학제 전문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만든 결과다.
건축가, 환경 디자이너, 브랜드 기획자, 서비스 디자이너, 지역 상인, 지자체까지 포괄한 하이브리드 거버넌스 모델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진다.

분야 역할
건축가 기존 공간 재해석 및 공간 설계
지역 주민 시설 운영 및 생활 프로그램 설계
디자이너 브랜드·체험·매개도구 개발
공공기관 제도적 지원 및 인프라 구축
민간 파트너 재정 확보 및 사업 운영
이러한 수평적 협업과 지속적 피드백 구조가 단기간의 관광 개발과 전혀 다른, 삶의 질서 회복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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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사회의 문장을 다시 쓰는 언어다

사톨로그 프로젝트는 도시재생, 지속가능성, 순환경제,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키워드의 집약체다.
이곳에서 디자인은 '예쁜 결과물'이 아니라 지역의 시간, 인간관계, 경제 구조, 감각 경험을 다시 엮는 기술이다.

이 실험은 일본의 오쿠타마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한국의 중산간 마을, 폐광촌, 방치된 읍소재지에서도 이 접근은 적용 가능하다.
결국 핵심은 공간이 아니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무엇을 살릴 것인가’, 그리고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있다.

 

시사점 : 디자인은 전략이다

이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 디자인은 이제 무엇을 설계해야 하는가?
  • 단순한 제품, 공간, UI를 넘어 지속가능한 공동체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가?
  • 우리 지역은 누구와, 무엇을 엮어야 살아날 수 있는가?

 

한국에서 이 실험이 가능하려면?

  • 폐교, 폐가, 폐창고에 기능을 부여하려면, 단순한 재개발보다 관계의 큐레이션이 먼저다.
  • 지방소멸, 도시공동화, 인구 감소 시대에 디자인은 물리적 공간이 아닌 시간과 감각을 설계하는 전략으로 진화해야 한다.
  • 공공기관, 지자체, 철도·교통 인프라 기업이 디자인 사고와 손잡고 ‘관계 거점’을 기획해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성과 공간 경험, 관계 설계가 ‘디자인’이라는 키워드 아래 얼마나 복합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례다.
지금 한국의 중산간 마을과 지방 도시들은 ‘사톨로그’와 같은 실험을 꿈꿀 수 있을까?
당신이 이 프로젝트의 디자이너라면, 어떤 공간을 어떻게 엮을 것인가?

 

※ 본 글은 designdb 해외리포트(작성자 박혜연)을 참조하여 추가 자료조사를 통해 작성된 글임을 밝힘니다.

[참고 사이트]

https://multi.andtrip.jp/LUC2AITRIP/cdata/luc2aitrip_2416_jako.html

https://www.designdb.com/?menuno=1283&bbsno=5048&siteno=15&act=view&ztag=rO0ABXQAOTxjYWxsIHR5cGU9ImJvYXJkIiBubz0iOTkxIiBza2luPSJwaG90b19iYnNfMjAxOSI%2BPC9jYWxsPg%3D%3D#gsc.ta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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