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속에 시한폭탄이 있었다 : 뇌동맥류 진단과 수술기

 

뇌동맥류는 예고 없이 터질 수 있는 머릿속의 시한폭탄입니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뇌동맥류의 발견, 수술, 회복 과정까지 진솔하게 담았습니다. 조기 진단과 예방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뇌동맥류 수술 후기 : 삶을 바꾼 작은 혈관 이야기

 

뇌속 시한폭탄이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한 번쯤은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머릿속에 폭탄이 달려 있다면 어떨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를 삼켜버릴 그런 무서운 폭탄 말이다. 그런데 그 비유가, 단지 공포를 자아내기 위한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얼마 전에서야 뼈저리게 깨달았다.

우연히 받게 된 건강검진, 단순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갔던 병원에서 의사는 내게 조심스레 말했다. “아마도… 뇌동맥류가 의심됩니다.”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은 달라졌다. 머릿속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그 이름. '뇌동맥류(Aneurysm)'. 생전 처음 듣는 단어였지만, 그 단어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것이라는 예감이 이상하게도 강하게 밀려왔다.

 

이름조차 낯선, 뇌동맥류라는 존재

뇌동맥류는 말 그대로 뇌의 혈관 중 하나가 약해져서 바깥쪽으로 풍선처럼 불룩 솟아오른 상태를 말한다. 대개 2~10mm 정도의 크기로 자라며, 대부분은 아무런 증상도 없이 우리 몸속에 조용히 존재한다. 더 무서운 건, 그렇게 조용히 있다가 어느 순간 예고 없이 ‘터진다’는 점이다. 마치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갑작스럽게 터지는 지뢰처럼.

파열되는 순간, 뇌 안에 출혈이 발생하고 이는 곧 ‘지주막하 출혈’이라는 치명적인 상태로 이어진다. 엄청난 두통, 구토, 의식 저하, 심하면 사망까지. 의학적으로도 그 위험성은 대단히 크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뇌동맥류가 파열되었을 때 약 3분의 1은 사망하고, 생존자의 절반 가까이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다고 한다.

 

“왜 나한테?” 그 답을 찾는 시간

처음엔 억울했다.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니고, 건강을 소홀히 한 적도 없는데.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병은 흡연, 고혈압, 음주, 가족력, 심지어는 여성이라는 사실 자체가 모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었다. 특히 50세 이상 여성이라면 그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고 했다. 나는 그 중 몇 가지 조건에 해당했고, 그저 운이 나빴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복잡한 감정이 뒤엉켰다.

가족력도 하나의 단서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외삼촌이 10년 전 뇌출혈로 쓰러졌던 것도 뇌동맥류 파열 때문이었다. 의사들은 그런 유전적 배경 역시 조심해야 할 이유라고 했다.

 

치료는 선택이 아니라 결단이다

파열되기 전에 발견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의사는 내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지켜보기’, 다른 하나는 ‘미리 수술하기’. 뇌 속에 있는 혈관에 접근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지만,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내 머릿속에 남겨두는 건 도저히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코일 색전술이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얇은 철사 같은 코일을 혈관 속으로 밀어 넣어 동맥류를 막는 수술이었다. 전신마취 하에 진행된 수술은 2시간 반 만에 끝났고, 이틀 정도 집중관찰을 받은 후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그 짧고도 긴 시간 동안 나는, 내 삶을 처음부터 다시 구성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우리는 왜 예방에 소홀할까?”

뇌동맥류는 예방할 수 있다. 물론 완벽하게 피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그 위험을 낮추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가장 기본은 혈압 관리다. 높은 혈압은 동맥 벽에 부담을 주고 결국엔 약화된 부위를 더 크게 만든다. 흡연 역시 피해야 한다. 니코틴은 혈관벽을 약화시키고, 동맥류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무엇보다도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을 앓고 있는 중장년층이라면 한 번쯤은 뇌혈관 정밀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MRI나 MRA 같은 비침습적 영상검사로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에 있어서도 훨씬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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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다시 살아가는 중이다

수술 이후 나는 매년 한 번씩 뇌혈관 검사를 받고 있다. 먹는 약도 있다. 혈압을 조절하고, 혈관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는 약이다. 식단도 바꾸고, 운동도 꾸준히 한다. 내가 무서운 걸 겪은 후에야 삶을 돌아보게 된다는 건 참 서글픈 일이지만,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나는 지금 다시 살아가고 있으니까.

뇌동맥류는 조용히 숨어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삶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완전히 통제할 수도 있는 병이다. 우리의 무지는 병보다 더 위험하다. 알게 되면, 선택할 수 있고 준비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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